메모: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부서진 별들만 가득하다.
그는 또 한 번 손을 내밀어 닿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고 했다. 또다시 별똥별이 떨어져 밤하늘에 부서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지막에 그는 별빛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 '당신을 찾았습니다.' 그가 동행자에게 건네준 것은 그의 가장 소중한 별이었다.

여름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반딧불이들이 들판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봤는데, 마치 별들이 땅 위에 떨어진 것 같았다. 함께 간 친구는 보기 드문 광경이라면서 내게 운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별 하나가 떨어지는 건 인간 세상의 생명 하나가 사라진다는 거라는 말도 있던데…… 정말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별이다.
♥ 1896
부서진 별
의식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성녀를 위한 무도회는 계속되고 있었다.
알카이드는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기에 마음대로 자리를 비울 수 없었지만 딱히 그 때문이 아니라 해도 무도회장엔 가고 싶지 않았다.
마탑은 오랫동안 이를 준비해 왔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를 축하하고 있다니,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탈출을 위해, 희생을 위해, 곧 일어날 참혹한 일들을 위해.
정원에는 아무도 없었고 마법사는 마침내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잠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평화는 겉모습일 뿐, 마음의 파동이 마력을 만들어냈고, 그의 주변에 작은 빛이 떠올랐다.
마법사마다 전문 분야가 달랐고, 알카이드가 가장 잘 다루는 것은 빛이다. 이것은 그의 역량과 마음의 공명을 나타낸다.
손끝에 별빛이 스며들어오며 하나, 둘, 셋…… 별입자가 따뜻한 별로 응축되어 그의 손끝에서 작은 은하수로 모여들었다.
알카이드는 이 별들을 하나로 모아 별빛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왕관을 만들었고, 부드러운 빛이 어둠을 몰아냈다.
어린 시절 처음 마법사가 됐을 때부터 그는 이런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성장할수록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을 들어 닿을 수 없는 별빛을 향해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손에 닿지 않는 것은 결국 그의 손에서 부서질 것이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겨울은 빛조차 차가웠다. 그것은 오직 그의 주변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공간을 비추며 평화와 위안을 가져다줄 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남은 평화마저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 의해 중단되었다.
알카이드 님.
고급스러운 화장을 한 귀족 여인이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과장된 미소를 지었다.
이 아름다운 여인은 영주를 따라 제국 수도에 도착해 방금 끝난 무도회장에서 빠져나왔다.
그 영주는 먼 곳에서 와서 제국 수도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며칠 동안 여러 가지 일을 시도했다. 사교계를 사랑하는 여인 역시 그의 조력자였다.
정교한 깃털 부채로 얼굴을 가린 여인은 세심하게 화장을 하고 정성스럽게 드레스를 입었다.
우연이네요, 알카이드 님도 여기서 산책하시는 건가요?
시선을 옮기고 아무 말 없이 옆으로 돌아선 알카이드는 정원의 통로를 비켜주며 조용히 대화를 거절했다.
알카이드 님은 마탑에서 가장 상냥한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요. 신사라면 숙녀를 냉대해서는 안 되죠.
……
여인은 알카이드를 고의적으로 도발했다…… 아니면 시비일지도. 알카이드는 상대할 생각이 없는 듯 조금의 감정 기복도 보이지 않았다.
귀족은 요염하게 허리를 비틀며 알카이드 앞으로 다가왔고, 동시에 어지러울 정도로 짙은 테킬라 향수 냄새를 풍겼다.
그녀는 무도회 때부터 이 젊은 마법사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마치 내부의 춤과 노래는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홀로 문 앞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매우 매혹적이었다.
인정머리 없는 카이로스나 괴팍한 성격의 마법사들에 비하면 이 마탑 9성 중 한 명인 마법사 알카이드는 훨씬 더 호감이 갔다.
알카이드는 불안정해 보이지 않았다…… 마법사답지 않게 깨끗해 보였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괴물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귀족 가문의 막내아들에 가까웠다―― 장남이 아니라 영주가 될 필요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교를 즐기는 타입.
마법사의 비밀에 대해 들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욕망'이 강한 사람이 마법사가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도 자격을 가질 수 있다던데.
마침내 고개를 든 알카이드의 눈에 경계와 경고의 빛이 스쳤다.
귀족 여인은 이것도 흥미로운 주제로 여기는 듯 물러서지 않았다.
모르겠어요…… 알카이드 님의 욕망이 무엇인지 말해주시겠나요? 저는 정말 궁금하거든요……
눈 깜짝할 사이에 여인의 부채가 허공으로 잘려나갔다. 여인의 손가락과 목덜미에 바짝 붙은 것은 장갑을 끼고도 한순간의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살기를 담은 차가운 칼날이었다.
당신!
여인은 분노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알카이드가 손을 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알카이드는 순진하게 눈만 깜박거렸다. 말투는 한결같이 온화하고 예의 바른 것이 마치 방금의 축객령이 그가 내린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부인, 당신의 마차가 황궁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쪽은 황궁에서 나가는 방향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는 친절하게 잠시 멈추었다가 냉정하게 조언했다.
저는 당신이 마법사의 비밀을 캐묻는 걸 추천해드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알카이드의 목소리는 밤처럼 차가웠고, 그 귀족 여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알카이드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외투를 걸쳐 자리를 떠났다.
밤이 깊어지자 마탑 주변의 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였다.
숲 속에 작은 그림자가 나무 옆에 기대어 있었다.
오래 기다렸어요.
알카이드는 걸음을 멈추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방금 그 나쁜 여자랑 얽힌 건가요? 하지만…… 마법사에게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되지 않아요?
만약 그 여인이 계속 치근덕거리도록 내버려 두었다면 황실 경비병에게 끌려가거나 다른 누군가에 의해 비밀리에 처형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마탑에서 언제나 마음이 가장 여린 사람이다.
그리고 셜린 언니가 분명히 황궁에 있는 딸기 케이크를 가져다주겠다고 저랑 약속했는데……
알카이드는 눈을 내리깔고 땅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가져다줄게.
소녀의 환호 속에 알카이드의 한숨은 밤바람에 빠르게 사라졌다.
확실히 불필요한 일이고 구해줄 가치고 없는 사람이다.
그 자신이든 셜린이든 알로라든 다른 마법사들이든 애부분이 하는 일은…… 부질없는 일이다.
스스로 빛을 받아도 어두운 밤을 밝힐 수 없다.
몇 달 후
희생은 성공적이었고 고위 마법사 알카이드는 곧 마탑에서 황궁으로 이동해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알카이드는 고개를 숙인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주변의 빛은 불안하게 흔들렸고, 기류는 발 밑의 나뭇잎을 쓸어갔다.
금발의 마법사가 손을 들자 그의 손에서 별빛이 쏟아져 나왔고, 한데 모인 은하수는 대부분의 어둠을 날려버렸다.
이번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별들의 평온을 방해하지 않았다.
알카이드가 손을 들자 마력의 열기가 손바닥에 화상을 입힐 뻔했으나 그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알카이드가 다섯 손가락에 힘을 주자 모든 빛이 그의 손에서 산산조각 났다.
별들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파편이 흩날리며 빛의 조각으로 변했다.
――알카이드, 네 욕망은 뭐지? 마법사는 마음속으로 소리 없이 물었다.
미래에 '지킬 것'이 남아있다면, ――그는 그 힘을 붙잡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이런 무력감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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